“700m 병풍 위로 번진 단풍빛”… 국가지정문화재 예고된 ‘이곳’의 가을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충북 옥천에는 물 위로 솟아오른 병풍 같은 바위 능선이 가을마다 불타는 듯 물들며 장관을 이룬다. 최근 국가 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부소담악이 바로 그곳이다.


부소담악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부소담악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문화재청은 2025년 6월 “대청호와 어우러진 지형·지질 경관이 학술적·예술적으로 가치가 크다”며 부소담악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예고했다. 공식적인 평가가 더해지며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보존해야 할 자연유산으로 격상됐다.


부소담악은 원래 하나의 산이었다.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산자락이 호수에 잠기고, 가장 강한 바위 능선만이 700m에 걸쳐 물 위에 남았다. 그 능선을 따라 자란 나무들이 붉고 노랗게 물들며 지금의 풍경을 빚어낸다.


조선 시대 대학자 송시열은 이 일대를 ‘소금강’이라 부르며 감탄했다. 수백 년 전 산세의 기개와 지금의 물 위 풍광은 다르지만, 보는 이에게 전해지는 감동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공과 자연, 과거와 현재가 겹쳐 만든 역설적인 아름다움이다.


부소담악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부소담악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부소담악을 찾았다면 풍경을 만나는 방법도 다양하다. 첫째는 추소정 전망대다. 주차장에서 약 15분만 걸으면 병풍처럼 늘어선 바위와 단풍이 한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전경은 가을 여행 사진으로 손색이 없다.


둘째는 능선을 직접 밟아보는 트레킹이다. 추소정 뒤편으로 이어지는 바위 능선길은 안전시설이 부족하지만, 가을바람을 맞으며 호수를 내려다보는 짜릿함이 있다. 발아래 호수와 좌우로 펼쳐진 단풍은 마치 공중을 걷는 듯한 환상을 준다.


셋째는 선상 유람이다. 호수 위를 달리는 배에 오르면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절벽의 속살이 드러난다. 바위 틈새에 뿌리내린 단풍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며, 이곳만의 특별한 풍경을 완성한다.


부소담악은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무료라 부담 없이 찾기 좋다. 그러나 단순한 ‘가을 단풍 명소’로만 기억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이곳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대청호와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석회암 지형이 만나 빚어낸 독특한 사례다.


부소담악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부소담악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호수와 병풍 바위, 그리고 계절의 색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지질학적 연구 가치와 문화적 상징성을 동시에 지닌다. 명승 지정은 이러한 복합적인 가치를 국가 차원에서 확인한 결과다.


사계절 각기 다른 색을 품지만, 가을의 절정에서 만나는 풍경은 그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이다. 물 위로 걸어 나온 듯한 병풍 바위에 단풍이 얹혀 완성되는 장면은 어디에서도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다.


올가을, 흔히 알려진 명소 대신 역사와 자연이 겹쳐 빚은 이 특별한 절경을 찾는다면, 단풍 여행의 새로운 기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