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가을이 깊어질수록 경주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대릉원의 황금빛 은행잎과 불국사의 단풍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가을 풍경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잘 모르는 새로운 단풍 명소가 주목받고 있다.

2023년 11월 16일 개원한 ‘경북천년숲정원’은 반세기 동안 연구 목적만으로 운영되던 숲이 처음으로 시민에게 개방된 사례다. 경상북도 제1호 지방정원이자 전국 다섯 번째 지방정원으로 지정되며, 공공 정원 문화의 확산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910종 수목과 축구장 46개 크기의 숲
정원은 경주시 통일로 367에 위치하며, 33헥타르 규모의 부지에 910종 54만여 본의 수목과 화초가 자생한다. 면적만 따져도 축구장 46개에 맞먹는 크기다. 단순한 산책 공간을 넘어 ‘살아 있는 생태 박물관’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곳은 1971년부터 경북 산림환경연구원이 조성한 연구림으로, 병해충 방제와 산림 보존을 위해 관리되어 왔다.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 기반이 이제는 시민과 관광객의 휴식처로 바뀐 셈이다.

경주의 역사와 자연을 담은 정원 설계
천년숲정원은 단순한 식물 전시 공간을 넘어 경주의 정체성을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신라의 다섯 명산과 세 개의 물줄기를 모티브로 했으며, 암석원·겨울정원·천년의 미소원 등 18개의 테마 정원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이는 은행나무 단일수종이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는 통일전과 달리, 너도밤나무·단풍나무·칠엽수 등 다양한 나무가 시차를 두고 물드는 입체적인 가을 풍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무료 입장과 운영 시간 등 실용 정보
정원은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다. 주차 공간도 충분히 마련돼 있지만, 단풍 절정기 주말에는 오전 방문이 권장된다. 운영 시간은 3월~10월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1월~2월은 오후 5시까지다. 마지막 입장은 폐장 1시간 전까지 가능하다.
1월 1일과 설·추석 당일은 휴관일이며, 반려동물·자전거·전동 킥보드 등은 출입이 제한된다.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한 조치로, 안전한 산책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정이다.
경북천년숲정원은 개원한 지 이제 두 해째를 맞는 신생 명소지만, 이미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가을 단풍 여행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천년고도의 역사와 숲의 생태가 어우러진 이 공간은 경주의 가을 풍경을 새롭게 경험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