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가을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 대회와 달리기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열정적인 달리기 문화 뒤편에는 규칙을 무시하는 일부 러닝 크루들의 행동이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대구마라톤에는 공식 참가자 2만 5000명을 넘어 실제로는 3만 명이 주로에 뛰어들었다. 주최 측은 ‘뻐꾸기 참가자’, 즉 참가비를 내지 않고 무단으로 합류한 러너들이 수천 명에 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단 참가, 단순 민폐 넘어 법적 문제로
뻐꾸기 러닝은 단순한 무례를 넘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형법 제314조에 따르면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 마라톤 대회의 운영 역시 법적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
특히 번호표 없이 집단으로 주로를 막고 뛰는 행위는 위력에 의한 업무 방해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는 식당에 무단으로 들어가 소란을 일으켜 영업을 방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원 달리기에도 ‘불청객’ 논란
대회뿐 아니라 일상적인 도심 러닝에서도 갈등은 번지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공원에는 러닝 크루를 겨냥한 안내판까지 설치됐다. ‘윗옷 벗기’, ‘박수와 함성’, ‘비켜요 비켜’ 같은 구호를 자제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긴 모두의 공원입니다”라는 문구는 함께 이용하는 시민을 고려하라는 경고에 가깝다.
문제는 단순 소음이나 시각적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명이 무리를 지어 달리면서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좁은 산책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지나가며 충돌 사고가 발생할 뻔했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도 제재 나서
민원이 누적되자 지자체도 직접 대응에 나섰다. 서울 서초구는 이달부터 반포종합운동장에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금지하고, 개인 간 최소 2m 간격을 유지하도록 했다. 송파구 역시 석촌호수 일대에 ‘3인 이상 러닝 자제’ 현수막을 내걸며 강력하게 제한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닝 크루 문화가 건강한 운동 동호회 활동으로 자리 잡으려면 기본적인 시민의식과 질서 준수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지나친 과시나 단체 행동은 오히려 달리기 문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타인에게 불편과 위험을 준다면 본래 목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다. 러닝 크루들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제도적 장치가 병행될 때만 진정한 ‘러닝 문화’가 정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