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꼭 가봐야 할 서울·경기 가을 산책 명소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가을 숲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다. 바람은 나뭇잎을 흔들며 계절의 얼굴을 보여주고, 낙엽은 발자국마다 사각거림으로 길동무가 된다.


수원화성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오도연
수원화성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오도연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오는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조선왕릉 숲길 아홉 곳을 개방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개방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왕릉의 역사적 가치와 가을 풍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서울·경기 전역에서 만나는 왕릉 숲길


총 19.59㎞ 규모로 열리는 숲길은 지역마다 다른 매력을 지닌다. 서울에서는 태릉과 강릉을 잇는 1.7㎞ 구간이 열리며, 의릉에서는 천장산 숲길과 복원된 역사 경관림을 따라 걸을 수 있다.


경기 동부의 동구릉은 조선왕릉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가 잠들어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숲길은 휘릉에서 원릉까지 이어지는 길과 경릉을 지나 자연학습장까지 연결되는 2.7㎞ 구간이다.


동구릉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전형준
동구릉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전형준


단풍이 물든 능역, 고즈넉한 시간의 길


광릉은 세조와 정희왕후의 능으로, 복자기나무 숲이 유명하다. 단풍철에는 숲이 붉게 물들어 걷는 내내 고요함을 전한다. 사릉은 단종비 정순왕후의 능으로, 홍살문에서 초화원까지 775m의 짧지만 정취 깊은 구간이 개방된다.


여주 영릉·영릉에서는 세종과 효종의 능을 연결하는 약 3㎞ 숲길이 열린다. 파주 장릉과 삼릉에서도 각각 1.6㎞와 3.1㎞의 숲길이 개방돼, 연못과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걸으며 능역의 고즈넉한 풍경을 체험할 수 있다.


광릉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IR스튜디오
광릉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IR스튜디오


정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걷다


화성 융릉과 건릉, 이른바 융건릉은 정조와 효의왕후,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가 함께 묻힌 곳이다. 이번 개방에서는 들꽃마당까지 이어지는 3.7㎞ 숲길이 열리며, 긴 호흡으로 가을 산책을 즐기기에 알맞다.


개방 시간은 10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11월에는 오후 4시 30분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기상 상황에 따라 일부 구간은 제한될 수 있다.


숲길 개방, 가을이 선사하는 무료 초대


조선왕릉 숲길 개방은 2019년부터 봄·가을 정기 행사로 자리 잡았다. 개방 전에는 안전 점검과 정비가 이뤄지고,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 방문객은 왕릉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추석 연휴에는 특별한 혜택이 있다. 10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조선왕릉이 전면 무료 개방돼 관람권 없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다만 10일은 휴관일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