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등산할 필요 없어”… 차로 오르는 해발 1,200m 가을 풍경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숨 가쁘게 산을 오르지 않아도 마치 구름 위를 달리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 있다.


육백마지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육백마지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에 자리한 청옥산 육백마지기(해발 1,256m)는 바로 그곳이다. 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가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이곳은 과거 고랭지 채소밭이자 지역 주민의 생활 터전이었지만 지금은 사계절 다양한 풍경으로 전국적인 여행 명소가 되었다.


육백마지기는 이름처럼 볍씨 여섯 백 말을 뿌릴 만큼 넓은 땅에서 비롯됐다. 과거 배추밭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풍력발전기와 야생화가 어우러진 드라이브 명소로 변신했다. 미탄면에서 정상까지 약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어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것도 특징이다.


옛날에는 비포장 도로가 많아 오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포장돼 일반 승용차로도 충분히 오를 수 있다. 단,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지므로 안전운전은 필수다.


육백마지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두드림
육백마지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두드림


이곳은 6~7월 샤스타데이지 군락으로 유명했으나, 꽃이 진 뒤의 가을 풍경은 전혀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10월의 육백마지기는 높은 가을 하늘과 건조하게 맑은 공기 덕분에 시야가 트이고, 겹겹의 산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여름이 화려한 색채를 자랑한다면, 가을은 차분하고 고요한 평원으로 여행자들을 맞는다. 사색과 산책에 어울리는 계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과거 육백마지기는 ‘차박 성지’로 불릴 만큼 하룻밤 머물러가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인파가 몰리며 쓰레기와 무분별한 취사로 인한 환경 훼손이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평창군은 차박, 야영, 취사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육백마지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황윤철
육백마지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황윤철


불법 화기 사용도 엄격히 단속되고 있다. 이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자연을 보존하겠다는 지역사회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다.


현재 정상 부근 3호 풍력발전기 옆에는 소규모 주차장과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는 즐길 수 있지만,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와야 한다. 자연과 더 오래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으로 여겨야 한다.


불꽃놀이 같은 활동은 금지되므로, 풍경과 바람, 고요한 시간을 온전히 느끼는 방식의 여행이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