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도시의 풍경을 즐기기 위해선 대체로 긴 산행이나 비용이 수반되곤 했다. 하지만 대구에는 단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특별한 전망대가 있다.

이곳은 앞산빨래터공원에 들어선 ‘앞산해넘이전망대’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 자리한 이 전망대는 13m 높이의 타워와 243m 길이의 나선형 데크로 구성돼 있다. 구조 자체가 경사로처럼 이어져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앞산해넘이전망대는 기존 ‘앞산 전망대’와는 전혀 다르다. 케이블카 요금과 산행의 부담이 있는 정상 전망대와 달리, 이곳은 주차장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로만 지나면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펼쳐진다. 무엇보다 입장료와 주차 요금 모두 무료라서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평가된다.

전망대의 나선형 구조는 단순히 시각적 효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과거 인근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빨래터의 풍경에서 착안해, 빨래를 짜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형상화했다. 건축물 하나에도 장소의 기억을 담아낸 셈이다.
맑은 날 전망대에 오르면 팔공산까지 시야가 트인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 붉고 보랏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도심의 실루엣이 대비돼 극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면 ‘매직 아워’라 불리는 시간대가 찾아오는데, 남은 푸른빛과 도시 불빛이 겹쳐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몰 직후 방문하면 또 하나의 경험이 가능하다. 저녁 6시에서 8시 사이에는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며 대구의 역사와 도시 속 숨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단순한 야경 감상이 아니라 건물과 거리 뒤편의 맥락까지 더해져 풍경의 의미가 배가된다.
전망대는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개방된다. 시간대를 잘 맞춘다면 탁 트인 낮 풍경과 황혼의 빛,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야경까지 모두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계절별로도 색다른 변화를 담을 수 있어 반복 방문의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