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부산을 떠올리면 화려한 해운대나 야경이 먼저 스친다. 하지만 진짜 부산의 이야기는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선 회복의 힘에 있다.

그 상징적인 공간이 바로 ‘송도용궁구름다리’다. 한때 태풍에 무너졌던 다리가 시민의 염원 속에 되살아나면서, 부산의 바다는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발걸음을 불러 모았다.
1964년 처음 세워졌던 옛 송도구름다리는 당시 신혼여행 명소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2002년 태풍 ‘셀마’로 붕괴되면서 긴 세월 동안 흔적만 남았다. 이 다리가 다시 세상과 만난 것은 무려 18년이 지난 2020년 여름이었다. 새로운 이름, 새로운 구조, 그러나 잃었던 기억을 품은 채였다.
현재 송도용궁구름다리는 부산 서구 암남공원에서 동섬으로 이어진다. 길이 127m, 폭 2m의 다리는 유려한 곡선으로 바다를 가르며 이어진다. 발아래 25m 아래로 푸른 바다가 철망 사이로 출렁이는 순간, 사람들은 두려움보다 설렘을 먼저 느낀다.

이곳의 매력은 단지 높이와 길이에 있지 않다. 암남공원의 숲길을 따라 걷다 다리에 닿는 순간,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며 동섬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파도 소리가 발끝을 적신다. 도심과는 다른, 오롯이 자연의 호흡이 들리는 장소다.
이 놀라운 경험의 입장료는 단돈 1,000원이다. 부산 서구는 더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부담 없이 이 공간을 즐기길 바란다는 뜻에서 상징적인 금액만 받는다. 서구 주민과 어르신, 어린이,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도시의 상처와 기억을 함께 치유하자는 초대장이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개장 이후 큰 호응을 얻었다. 송도용궁구름다리는 문을 연 지 단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부산 시민뿐 아니라 타지와 해외 관광객들까지 발걸음을 이어오며, 지금은 ‘부산에서 가장 먼저 찾는 명소’로 손꼽힌다.

이 다리는 단독 명소가 아니다. 송도해상케이블카, 송도구름산책로, 송도해수욕장을 잇는 ‘송도 관광 벨트’의 완성점이다. 케이블카로 바다를 가르며 다리를 조망하고, 다리를 건넌 뒤에는 해안선을 따라 걷는 여정이 이어진다.